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시베리아 횡단 유라시아 대장정길 오르며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시베리아 횡단 유라시아 대장정길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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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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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미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함평여중 교장

▲ 장경미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함평여중 교장
[데일리모닝] 한반도에 통일의 꿈이 현실화되어가는 이때 평화와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120명의 학생들이 16박 17일간 배와 버스, 기차로 3개국의 국경을 넘게 된다.

펄벅의 나라, 톨스토이와 푸시킨, 유리 가가린의 나라, 칭기스칸의 나라를 지난 3월부터 연구하고 탐구하였고, 드디어 대장정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한때는 우리들의 땅이었던 연변 만주를 비롯해 연해주 일대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 독립운동의 근거지였으며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이 시행된 곳이다.

1937년 10월, 블라디보스톡 한인 17만1781명과 하바롭스크와 캄차카지역 한인 8만8000여명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아무 준비도 못한 채, 갑자기 끌려 나와서 화물열차에 짐짝처럼 실려져서 한 달을 달려 저 먼 중앙아시아의 까작스탄, 우즈베키스탄 허허 벌판에 버려졌다.

살을 에는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토굴을 파고, 그 속에서 극한의 경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바로 고려인이다.

코리어 인, 러시아말로 까레이츼, 즉 고려인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며 버티고 살아남은 코리어 사람들, 그 한 맺힌 역사의 길을 따라서 우리들의 핏속에 흐르는 그 불굴의 민족성을 일깨우고자 하는 것이 전남독서열차학교 운영 목적이다.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배낭 가득히 전투식량을 메고서 뙤약볕 아래, 광활한 대지를 걸고, 까레이츠를 싣고 중앙아시아에 버린 그 화물열차가 달리던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탄다.

그 독립투사들처럼 가족과 민족과 조국의 광복을 그리워해볼 것이며, 그 버려진 한인들처럼 치열하게 생존하는 고난의 길을 고행해 볼 것이다.

제왕의 교육법, 어미사자가 새끼사자를 교육할 때 절벽 위에서 새끼를 밀어 떨어뜨려 스스로 절벽 위까지 올라오게 하는 교육,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치열하게 살아남는 경험으로 터득해 내는 지혜의 교육, 바로 우리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이 약자를 위해, 모두를 위해, 조국을 위해 살아가는 리더가 되는 교육이 바로 우리 열차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나는 이것을 감히, 도전을 뛰어넘는 도전, 나보다 더 높은 나를 지향하게 만드는 전남 교육의 교육철학, 휴머니즘, 세계관을 응집한 기적의 교육과정이라고 믿는다.

우리 학생들은 세상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 그 기적의 열차학교에 오르고 힘든 여정 속에서 극기와 도전을 통해 원대한 꿈을 키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열일곱살 시절 교육의 시간을 자신들의 세포마다에 뜨겁게 각인할 것이다.

광활한 대지가 인간에게 주는 경외심을 생각하고, 그로 인해 자연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크기만큼 긴 호흡으로 세계를 성찰해 낼 것다.

지나온 발자국마다 의미를 둘 것이며, 국경을 넘을 때마다, 통일조국의 미래 세대로서 자신들이 배로, 버스로, 기차로 직접 넘어 본 국경의 의미를 생각할 것이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그 지역 전문가로 성장하는 꿈을 키워가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또한 그렇게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엮어내는 학생저자가 될 것이며, 지도교원들도 모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자신들의 글을 쓰는 엄숙한 자세로 열차학교의 첫 출발을 했다.

열차학교는 언제나 데미안의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우리 학생들은 오늘, 모성으로 보호받던 알 속의 세상으로부터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알을 쪼아내기 시작한다. 그 알의 밖에서 아기 새가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와 드넓은 창공을 비상할 수 있도록 함께 알을 쫗아주는 어미새가 있다. 여기 계신 교육감님과 저희 교원들, 바로 그 어미새 같은 마음, 줄탁동시로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

광활한 고구려 땅, 저 먼 서역 사마르칸트까지 교역했던 대제국 그 후예들인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통일 세상, 평화와 번영의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힘찬 출발의 의미를 담아 줄탁동시의 첫 사랑을 깨워 내 주고자 한다.